과거의 아주 짧고 간접적인 경험이었지만,
시민사회에서 일한다는 게 꼭 정의롭고 아름답고 양심적인 것이 아님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자신의 영역에서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서로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어찌보면 월급쟁이 소시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도 그런 것을 보고 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래도 그 안에서 양심을 지켜가며 잘못된 점을 자각하고 고쳐가며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고약하고 편협하고 지독하게 꼰대스러운 사람들도 은근히 많은 곳이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작은 조직에서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 또 그런 분들이 존재하니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선함을 믿고, 그들의 삶과 노력을 존중하기 때문에 어려운 살림에도 시민사회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
그래서 정의연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서 분노와 착찹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지금해야 할 일은 피해자 코스프레나 프레임 대결이 아니다. 세간의 지적에 대해 고민하고 잘못된 점에 있어서는 사과와 반성을 하고,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없었는지 돌아보고 고쳐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항상 비판하던 대상에게 요구했던 행동을, 그들 스스로가 실행해야 할 차례이다.
억울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여진 회계처리 방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남의 돈을 가지고 그런식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니까 기부금이니까 좀 엉성하게, 대충처리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인력이 부족해서, 기반이 안되서 어쩔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능하지 않다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나 그 정도가 지켜졌을 때다.
이런 거 하지 말자 제발. 본질은 이게 아니다. 억울하지 않다.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말자.
일반 서민들은 꿈도 꿀수 없는 자녀교육 방식을,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시민사회 단체 출신이 하고 있다. 양심적으로 살자. 활동가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겨우 넘는 임금에 허덕이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수두룩 한 데, 제발 양심적으로 사는 분들까지 욕먹게 하지 말자.
이 사태는 정의연 내부에서 시작된 것과 다름 없다.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외부에서 뜬금없는 비판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말자. 본인들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말자.
중요한 건 기부금이 투명하게 사용되었고,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였는지이다.
이번 기회에 시민사회 전체의 회계관행과 예산집행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보고 문제가 있으면 시정해야 한다. 기업감사 하듯이 타이트하고 정석대로 해야 한다.
기부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피와 땀과 눈물이다.
'일상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강력한 차기 총리후보(어메이징하네) (0) | 2020.05.13 |
---|